『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2022~2023)는 건담 시리즈의 전통적인 군사·전쟁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 정치, 기술 윤리, 관계의 변화를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파격적인 작품입니다. 스레타와 미오리네, 그리고 에어리얼을 둘러싼 비극과 선택은 “현대 건담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스레타 머큐리 — ‘규칙’ 안에서 자란 소녀의 느린 각성
스레타 머큐리는 ‘도망치지 않으면 한 명은 구할 수 있다’는 믿음만을 내면화한 채 살아온 소녀입니다.
이는 용기라기보다, 폭력의 구조가 그녀에게 주입한 생존 방식에 가깝습니다.
친구가 없던 그녀가 에어리얼과 함께 ASTICASSIA로 오면서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미오리네와의 만남은 스레타가 ‘규칙 밖의 세계’를 처음 경험하는 순간이며,
그녀의 성장은 전쟁 영웅의 드라마가 아니라
폭력 구조에 길들여진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되찾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오리네 렘브란 — 폭력의 시대를 끝내려는 개혁가
미오리네 렘브란은 스레타와 달리 세계의 구조를 똑바로 바라보는 인물입니다.
폭력의 시스템을 거부하며, 기업 정치와 차별이 일상화된 이 세계에서
기존의 룰을 전부 뒤집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합니다.
그녀의 목표는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니라
폭력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스레타는 ‘규칙 안의 삶’을 대표한다면,
미오리네는 ‘규칙을 새로 만드는’ 인물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작품의 핵심 주제인
“폭력을 넘어선 미래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상징합니다.
건담 에어리얼 — 병기가 아닌 ‘가족’이 된 기체
건담 에어리얼은 이 작품에서 단순한 병기가 아닙니다.
스레타의 성장, 트라우마, 가족의 잔재가 응축된 존재이며
GUND 포맷은 기술이 아닌 연결 그 자체로 기능합니다.
에어리얼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은
건담 시리즈 역사에서도 이례적으로 충격적인 전개이며,
동시에 ‘병기와 인간의 결합’이라는 오래된 건담 테마를
가장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장면입니다.
총평 — 건담이 ‘전쟁’에서 ‘윤리’로 넘어간 순간
『수성의 마녀』는 전투보다 폭력의 구조를 다루고,
영웅의 승리가 아니라 관계의 변화를 중심에 둡니다.
스레타와 미오리네, 그리고 에어리얼의 선택은
건담이 새로운 시대에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외전이나 신작이 아니라,
“건담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현대적인 답으로 남습니다.
“폭력을 멈추는 것은 힘이 아니라, 그 힘을 둘러싼 ‘관계의 선택’이다.”
